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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웹툰을 잘 보지 않는 이유

아앙망드 2021. 7. 29. 22:46

 

주변에 꼭 한 명은 웹툰 마니아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요일마다 웹툰 한 개씩을 챙겨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웹툰을 거이 보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만화를 싫어 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상당히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확고한 취향이 유독 '한국' 웹툰 대부분을 거부하는 것은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내가 웹툰을 보지 않게 된 것은 일본 만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이후부터이다.

슬램덩크부터 H2, 터치, 블랙잭, 그 남자 그 여자! 등등 정말 유명한 작품들부터 무한의 검사, 충사, ACCA 13구 감찰과, 도쿄 구울, 진격의 거인과 같은 작품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정말 한국 만화는 개성이 없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다고 한국 만화 전체를 싸잡아 말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것에는 공감한다.

적어도 나 또한 예전에 재미있다고 혹은 지금까지도 정말 명작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건 극 소수일 뿐이고 재미와 작품성 모든 면에서 한국 만화의 수준은 아직 한참 멀었다.

 

그건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증명되어 있다.

해외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국 만화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만화는?

누가 뭐라 해도 일본 서브컬처계의 규모는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 이다.

만화방에 가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다.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만화들은 일본 만화로 차 있다.

웹툰 코너는 정말 작으며 일본 만화들에 비하면 양 자체가 1/10도 안된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웹툰이라는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유통방식에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유통방식의 부작용으로 작품의 질이 낮아졌다.

 

여러분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왜 작품의 질이 낮아졌다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제작하는데 돈이 덜 들고 리스크가 낮아졌다.

게다가 시청자인 낮은 연령층의 접촉도 더 쉬워졌다.

 

예전에는 종이에 인쇄를 해야 됐다.

그 말은 즉슨 팔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재미도 없는 작품들을 아무거나 막 찍어낸다면 그 출판사는 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다.

아무 작품이나 인터넷에 올려도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작품의 수가 많아져 전체적인 작품의 질이 낮아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바로 무료 정책이다.

네이버 웹툰을 예로 들면 연제중인 작품일 경우 당신은 돈을 한 푼 내지 않더라도 결말까지 볼 수 있다.

때문에 어떤 작품에 입문하는 벽 자체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 때문에 대부분 조회수를 위해 초반에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된다.

만화의 조회수가 곧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웹툰을 그만 보게 된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초반 소재는 자극적인데 점점 내용이 단순해지고 재미가 없어짐과 더불어 개연성이 무너져 버린다.

게다가 조회수가 많으면 사이트 상위에 올라가게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게 되기 때문에 너 나나나 똑같은 자극적인, 낮은 연령의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만으로 점점 채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만화들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작가의 관찰력이나 상상력, 세상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 들어가 있지 않고 어떠한 주제도 이야기 속에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일진들끼리 치고받는 일진 물, 하렘과 역하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판타지 만이 꾸역꾸역 채워져 있을 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림에 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웹툰은 유독 컬러에 중점을 둔다.

당장 어느 웹툰을 둘러보더라도 흑백에 선으로 된 그림은 찾기 힘들다.

또한 웹툰은 주마다 1편씩의 연재 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화 수준은 처참하다.

하지만 만화는 그림을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주가 되는 것은 스토리이기 때문에 작화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 또한 내가 위에서 서술한 대로 대부분 박살 나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들어 K-웹툰이 어쩌고 하는 것들이 인터넷에 가끔씩 보이는데 난 그걸 보면서 콧웃음이 난다.

 

물론 작품이 인기가 많은 것과 작품의 수준이 비례하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던 '귀멸의 칼날'은 내가 보기에 딱 K-웹툰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주변을 보면 인기는 실감 나는데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었다.

 

왜인지 모르게 보다 보면 장면마다 손발이 오그라 들고 유치하고 창의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기는 많았다.

 

난 단지 내가 힙스터이거나 그런 척을 해서 내가 잘났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 정말 명작이다 싶은 그런 만화를 당당히 세계에 내놓는 것을 보고 싶고 그런 작품을 즐기고 싶은 독자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계속해서 웹툰을 보다 보니 느끼게 된 점은 어릴 시절에는 재미있게 봐왔던 것들이 정말 한 순간에만 재미있는 그런 스토리라는 것이 확실하게 몸에 느껴져 왠지 서글퍼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한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