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간의 살인을 다룬 청춘 미스터리물이면 왠지 모르게 오묘할 정도로 가라앉은 기분이 된다.
만약 탐정이 학생일 경우 더 작품의 분위기가 그렇게 느껴진다.
아마 그건 우리가 지나왔던 경험의 큰 틀 중 한 곳을 배경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더 몰입하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평소엔 상상이 잘 안 가면서도 소설 속에 벌어진 현장을 보고 나면 금방 몰입되어 버린다.
어제의 친구가 죽고 이 학교 내에는 살인범이, 원래 친구였던 누군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기묘한 설정은 '단간론파' 같은 게임으로도 제작될 만큼 추리소설에선 흥미로운 소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다.
살인사건인 데다가 보통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살해되기 마련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다소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는 대부분 호불호가 갈리게 될 것 같다.
체육관의 살인은 약간의 꾀를 부렸다.
바로 주인공을 오타쿠로 설정한 것이다.
작품 중에 거리낌 없는 오타쿠 개그를 시전하고 뭔가 작품에서 동떨어진듯한 특이한 캐릭터도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서브컬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난 재미있게 봤지만 한편으로 서브컬처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애가 뭘 말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나올 것 같다.
나도 몇몇 대사는 '아, 뭔가 그런 작품이 있나 보다'하고 대충 역주를 읽고 넘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타쿠를 탐정으로 내세운 것은 좋았는데 또 다른 문제는 나름 정통 추리소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타쿠 탐정과는 다른 인물인 주인공이 여러 방면으로 수사를 해 나아가며 정보를 얻고 추리를 해 나아가고 트릭 또한 꾀 신경을 써서 만든 것 같은데 문제는 오타쿠 탐정 때문에 의도치 않게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그냥 추리소설로 냈어도 여러 사람들이 봤을 것 같긴 한데 만약 서브컬처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너무 마이너 한 인물과 대사가 나오고 그렇다고 라이트 노벨을 즐기는 층이 이 책을 보기엔 너무 정통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애매해 보인다.
이런 문제 점 때문인지 시리즈물인데 4권 이후엔 소실이 뜸한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인 스토리나 독자에게 도전을 하라고 세세히 짜둔 트릭은 만족하며 읽었다. 솔직히 난 재미있게 읽었다.
'도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시민 시리즈 제 5권!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한국 발간! (0) | 2021.10.07 |
---|---|
미쓰다 신조 - 노조키메 호러 미스터리 소설 강력 추천 작가 작품 (0) | 2021.10.06 |
봉제인형 살인사건 - 그럭저럭 시간이 잘 간다. (0) | 2021.10.03 |
오노 후유미 - 시귀 (0) | 2021.10.02 |
수레바퀴 아래서 - 어쩌면 한국 다수의 아이들의 이야기 (0) | 2021.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