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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노트가 왜 명작이고 다시 나오기 힘든 작품이지에 대하여

아앙망드 2021. 12. 8. 13:19

 

출처 알라딘, 대원씨아이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라도 데스노트는 그 누구에게라도 명작이라고 평가받아 당연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나 역시 데스노트를 재미있게 본 자로써 이 만화의 몰입력은 소위 '명작'이라고 불리는 타 만화와의 비교를 불허하는 마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데스노트가 완전무결한 흠집 하나 없는 작품은 아니다.

L의 사망 이후 급조된 것 같은 전개와 이전 스토리와 비교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것에 대해선 나도 동의한다.

사실 L의 죽음 이후 재미가 급감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실례이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데스노트'라는 작품은 L의 죽음으로 끝나는 1부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데스노트에 가장 큰 핵심은 '죽어 마땅한 자들에게 허술한 법 대신에 직접 심판을 내려도 되는가?'라는 명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 나오는 이야기와 같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살인 행위에 대해 나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정당성이 상당히,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데에는 여러분들도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선 분명 공감할 것이다.

설마, 단 한 번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데스노트가 재미있는 점은 그런 상상을 아주, 아주 쉽게 이뤄낼 수 있는 수단을 주인공에게 쥐여줌으로써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게 진행된다.

'죄와 벌'에서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반면에 '데스노트'에선 아주 단순히 공책에 이름을 쓰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죽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데스노트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고 만화만이 표현 가능한 찰진 매력일 것이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완전히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한 채로 살인하고 완전 범죄가 되었지만 그는 점점 죄책감에 쌓여 간다.

하지만 데스노트의 주인공 라이토는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지극히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점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 둘은 공통된 분노와 공통된 합리 과정을 거처 같은 살인을 저지르는데 결과는 매우 다르다.

 

왜일까?

 

나는 이 점이 데스노트가 명작으로 남게 된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데스트에서의 살인을 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며 주인공인 라이토와 관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노트에 이름을 적었다고 살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가 실제 죽음을 목격하는 것과 TV나 인터넷으로 단순히 죽은 사람의 이야기나 몇 명이 죽었다고 숫자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당장 TV나 인터넷으로 지금도 1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몇 명씩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현대 사회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웃기게도 자신의 아주, 아주 근방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해서는 그 숫자가 적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라이토는 노트에 이름을 적는 것의 망설임이 없다.

후반에 가서 자신이 직접 이름을 적어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죽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더라도 일체 흔들림이 없는 것도 실상 라이토가 실질적으로 행한 행동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라이토에게는 '나는 이름을 적었을 뿐인데 그저 우연히 그 사람이 혼자 죽었을 뿐이야' 와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다.'라는 두 가지의 이중 합리 와라는 무기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라이토가 합리와 했던 '죽어 마땅한 사람들에게 심판을 내린다'라는 전제가 후반에 가서 자신을 지키는 용도로 노트를 사용해 무너지더라도 또 하나의 '나는 노트에 이름을 적었을 뿐'이라는 방패가 작용하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과 함께 즐기기를 권한다.

죄와 벌에서 주인공의 일상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과정과, 데스노트에서 완벽하게 일상생활을 해내는 주인공의 차이점을 함께 즐긴다면 그 재미가 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