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보틀넥 -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진가

아앙망드 2021. 10. 28. 18:54

 

출처 알라딘, 엘릭시르

 

내가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에 빠져든 건 분명 '빙과' 덕분이었다.

이렇게 어느 작품으로 그 작가에게 빠져들 경우 그 작품은 내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그만큼 그 작품이 좋아 작가를 신뢰하게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할뿐더러 가장 인상이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를 떠올릴 때 몇몇 작품이 떠오르긴 해도 그중에 분명 '빙과'는 들어있지 않다.

 

물론 빙과는 좋은 작품이고 나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 작가의 점점 발전하는 실력을 보더라도 더 이상 빙과를 최고로 쳐줄 수는 없게 된다.

내가 요네자와 호노부에를 다시 보게 되고 이 작가를 다시금 신뢰하게 된 작품이 바로 '보틀넥'이다.

 

 

보틀넥은 조금 특이하다.

어떤 사람이든 한 번씩, 그것이 한숨 푸념이든 아니면 후회가 가득했던 반성이었는지 모르지만 한 번쯤은 꼭 머릿속에 해봤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그저 쓸데없는 푸념일 뿐이라는 것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수많은 후회나 실망, 자조의 말 중 하나일 뿐.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 주인공에게는 치명적일 정도로 현실을 보여준다.

 

내가 존재하는 대신에 유산이 되었던 누나가 있는 평행세계. 하지만 평행세계라고 말하기 창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바꿔버린 세계로 와버리게 된다.

 

어찌어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겨우 끝나고 누나와 만나게 된 주인공에게 세계는 용서 없이 몰아붙인다.

바꿔버린 부모 사이를 포함한 모든 환경, 그리고 사람의 생사까지.

원래 세계에서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왔던 모든 좋지 않던 상황들을 완벽하게 개선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차이가 단순한 주인공과 유산 당한 누나 때문이라는 것을, 누나가 모두 자신의 힘으로 해결한 일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식에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방식의 소설은 나로 써는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아무리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작가는 열린 결말로 끝내두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로 망가져버린 세계.

자신이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내가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여자친구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다시 온 주인공.

 

여러모로 보틀넥이라는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면이 많다.

 

보틀넥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