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배를 엮다 - 점점 뿔뿔이 흩어 사라져가는 단어를 기록하는 사람들.

아앙망드 2021. 12. 15. 10:38

 

출처 알라딘, 은행나무

 

언어는 아주 쉽고 빠르게 바뀌어 간다.

3년이 지나면 유행이 바뀌고 5년이 지나면 물갈이가 끝나며 10년이 지나면 기억하는 자가 드물다.

여러분은 한번 사전을 펼쳐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태어나는 신세대의 아이들은 네이버나 구글 혹은 인터넷 백과사전에 간단히 검색하는 것만으로 빠르고 쉽게 단어를 찾을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이 발달하기 전에는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찾아야 했다.

이 두꺼운 사전을 보자 하면 왠지 거부감이 들고 빽빽하게 들어선 단어들을 보면 이런 것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었다.

 

배를 엮다는 그런 사전을 만드는 한 부서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 혹은 '오타쿠' 문화가 아주 잘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오타쿠'란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오타쿠(お宅)라는 집에 틀어박혀 한 취미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게 오타쿠라고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만화, 애니를 파고드는 사람들부터 철도, 건축, 미니어처, 전투기 등등 남들이 보기에 그런 걸 왜 좋아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일본은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이며 이런 사람들은 사회 문화로 자리 잡을 만큼 뿌리 뻗어있고 남들은 이런 것에 간섭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존중해 준다는 말이다.

 

내게 사전이란 그런 존재이다.

아무런 상관이 없고 왜 좋아하는지 이것은 왜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섣불리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단어 하나하나를 고찰해가며 만드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감동했다.

그리고 그렇게 감동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애니, 영화로 제작되었을 만큼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일본 서점 대상에서 [제노사이드]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솔직히 내 안에선 그래도 제노사이드보단...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배를 엮다가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아니다.

배를 역 다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사전 편집부'에서 고분 고투하는 직장 생활이 아주 잘 녹여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 것 같다.

 

아무쪼록 배를 엮다는 꼭 읽어봤으면 좋은 책이니 여러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