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모든 것이 F가 된다 - '포브스 선정 대학생이 가장 무서워 하는 추리소설 제목 1위에 빛 나는 제목인 추리소설.'에 대하여

아앙망드 2021. 7. 12. 20:38

별점 : 4.2/5 

줄거리

 

이공계 계열의 N대학의 건축학과 조교수를 하고 있는 '사이카와 소헤이'는 친분이 있는 자신의 학생 '니시노소노 모에'와 함께 세기의 천재 프로그래머 '마가타 시키'박사가 소속해 있는 연구소가 있는 섬으로 세미 여행을 가게 된다.

 

사이카와와 모에는 마가타 시키 박사를 만나보기 위해 갑작스럽게 연구소를 방문하는데, 마가타 시키 박사는 14살 때 자신이 부모님을 죽였던 사건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방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사이카와와 모에는 시키 박사의 방으로 향했는데 그 순간, 연구소 조명과 음향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김과 동시에 마가타 시키 박사의 방문이 열리고 마가타 시키 박사가 밖으로 나온다.

 

사이카와&모에와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 이러한 비 현상에 깜작 놀라게 되고 이어서 방 밖으로 나온 마가타 시키 밖 사는 이미 죽어있고 그녀의 시체가 인공지능 카트에 실려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를 보면 알다 시피 추리 소설에 단골 소재인 밀실을 트릭으로 삼고 있다.

마가타 시키의 박사의 몸은 팔, 다리가 모두 절단되어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한 마가타 시키가 계속해서 있었던 방은 24시간  CCTV로 녹화 되고 있고 12시간 단위로 사람이 바뀌면서 감시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어떠한 다른 탈출구도 존제하지 않으며,, 입구는 2중문으로 되어 있고 밖에 있는 문은 마가타 시키가 열수 없게 되어 있다.

 

마가타 시키가 있었던 연구소 또한 들어오려면 손바닥과 음성을 이용한 생체인증이 필요하며 이는 연구소 어디를 가더라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게다가 마가타 연구소가 위치한 섬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지 않으며 섬에 정기적으로 오는 배는 없고 오직 연락이 있을 때에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배가 중간에 들려서 사람을 태울 뿐인 한적한 섬이다.

 

따라서 이 살해사건은 '마가타 시키의 방', '마가타 연구소', '마가타 연구소가 위치해 있는 섬'이라는 3중에 밀실이 형성되어있고 과연 범인은 어떻게 마가타 시키가 있는 방에 침입하여 마가타 시키를 죽이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체, CCTV와 감시를 피하고 연구소에서 빠져나가 도망갈 수 있었나? 혹은 연구소 인물인가?라는 문제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작품이 처음 읽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천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작품에 나오는 인물의 지능은 작가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어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잘 알기 때문에 대부분에 작가는 이러한 천재 인물들을 그리기 꺼려하고 그렇기 때문에 천재라는 주제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 (애초에 천재라는 것은 흔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사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극 초반부터 마가타 시키에 대한 설명을 거창하게 한다.

 

 

천재라는 말은 이 사람을 위해 지금까지 꽁꽁 얼려 왔던 것이다.라는 표현으로 말이다.

이건 흔히 우리들이 아무에게나 남발하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니라. 진짜, 진짜 중에 진짜가 바로 마가타 시키라는 설명을 충분히 하고 간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는지 작가는 주인공 또한 그리고 그 주인공의 콤비도 같은 천재로 설정한다.

하지만 그 둘은 마가타 시키와 또 다른 천재의 유형이다.

대학에서 조교수인 사이카와 소헤이는 누구보다 객관적이기 때문에 천천히, 하지만 정확한 답을 도출해 내고 그의 제자인 니시노소노 모에는 수학에서 탁월한 능력을 뛰고 발상의 전환력이 뛰어나고 머리의 회전 속도가 빨라 생각을 건너뛰고 답을 도출해 내는 그런 유형의 천제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마가타 시키는 그런 둘의 장점을 합치고, 그럼에도 범줄 수 없을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인물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카와와 모에의 능력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점을 무엇보다 사이카와의 독백과 이어지는 사건의 해결 방법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았을 때 정말 좋았던 점 한 가지는 바로 이 작가의 문제 제출 방식이다.

 

정확이 어느 권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이카와&모에 시리즈에서 나온, 사이카와의 대사 중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시험은 떨어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의 인물을 선발하기 위해서 만들어져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중 사이카와는 대학 수학 입시 시험에 수학 문제를 제출하는데 고등학교에서 알려주는 문제의 내용을 내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지만,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하여 공식을 비틀면 풀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냈다. 비록 그 문제는 대학 위원회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사이카와의 이런 생각을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정말 간단하다.

그 이유는 조금의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답이 보인다면 그때부터는 공식을 대입하기만 하면 끝난다.

 

(사이카와가 모에보다 더 똑똑하다는 묘사는 책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모에가 더 천재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러한 모에가 사이카와보다 살인사건의 진상을 더 늦게 깨달은 것은 자신도 모르게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에는 뒤늦게 깨달아 버린 진실에 경악한다. )

 

이러한 그의 트릭 방식은 내가 추리소설을 처음 읽었을 무렵 정말 재미있게 느꼈던, 아차! 당했다!라는 감정을 다시금 떠올려 주게 했다

 

지금에 와서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어? 그런 방식도 있구나..'라는 감상이 주를 이뤄서 사실 트릭 자체에 흥미를 매우 갖기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는 그런 감정보다 한 단계 더 몰입되어서 만이 느껴지는 그런 감정들이 느껴진다.

 

분명, 이 시리즈에 사심이 듬뿍 담겨 버렸기 때문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사이카와와 모에의 콩닥거리는 티키타카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이카와와 모에가 서로 주고 받는 대화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슬그머니 미소를 품고 실실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

 

사이카와&모에 시리즈에서 살인사건 투성이고, 잔혹하고 무거운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이 시리즈가 왠지 사이카와와 모에의 연애 모험기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분명 이 둘에 대화가 작품 전채를 가볍고 즐겁게 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피폐해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이공계 인물들, 1990년도 작품인 데도 불구하고 지금 관점에서 보면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감탄이 나오는 여러 기술, 관점들 또한 이 작품에 매력을 더하는데 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가 전체 10권인 이 시리즈를 5번 넘게 읽었을 만큼 정말 정말 취향 적중,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한 번쯤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스포일러 리뷰

마가타 시키는 왜 아이를 죽였을까?

 

이 소설은 마가타 시키로 시작해서 마가타 시키로 끝나는 만큼 그녀가 이 소설에 진짜 주인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녀가 중요하게 나온다.

 

작중에선 그녀가 왜 자신의 딸을 죽였는지, 그때의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아니 그녀에게 감정 따윈 존재하는지? 그녀에 본심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서 그녀는 살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같은 천재이면서 다른 천재인 사이카와와 모에 또한 이해할 수 없으며 그녀가 말했듯이 그녀도 사이카와와 모에를 이해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가타 시키가 사이카와나 모에와는 다른 듯한 기분은 괜히 느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능력이 비범한 이유는 그녀의 사고방식이 법의 밖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와 반대로 사이카와와 모에는 인간이 만든 법에 준수하며 살아가고 인간 사회의 순리에 순응한다.

 

사이카와는 대학 교수로서 정기적이고 의미 없는 회의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면서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연구하는 것이 삶의 의미이기 때문에 대학의 규칙을 준수하고 버티면서 지낸다.

 

모에는 어릴 적 부모님을 비행기 사고로 눈앞에서 잃게 되었다. 비록 그녀에게는 잘 대해주는 숙부 숙모가 있고 집사 또한 있지만 부모님과의 정서적 유대감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고 이후 시간을 거쳐 극복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머리를 자르고 치마 대신 바지를, 나긋나긋하고 조용조용 말하던 말투는 이제 집어던지고 톡톡 튀는 본인만에 매력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옛날부터 좋아했던 사이카와가 교수로 있는 대학, 같은 학과에 지원한다.

그녀는 이제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리고 사이카와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갔다.

 

하지만 마가타 시키는 어떨까?

 

그녀는 어릴 때부터 천제로 추앙받았다.

그녀의 독보적인 두뇌는 따라올 자가 없었으며 아무도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부보 조차도 말이다.

그녀는 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에만 박식했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14살짜리 소녀에 불과했다.

 

그래서 근친이 심각한 문제임을, 14살에 임신을 하는 것 또한 중대한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오히려 그것이 기쁜 일이고 부모님께 알려드려 칭찬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모른다.

그런 그녀를 그녀의 부모는 혼냈다.

 

나쁜 것은 그녀의 숙부였지 그녀가 아니었다.

그는 14살의 어린 시키의 외롭고 고독한 마음을 이용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진짜로 시키를 좋아했던 말건 말이다.

그녀가 망설임 없이 헬리콥터 뒷좌석에서 그를 찌른 것은 그러한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녀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살인마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연구소 부소장은?이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마가타 시키의 뒷면에는 악마가 존재하는 것도 맞다.ㅂ

 

감정이 거의 없는 철저한 이성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딸인 미치루에 대해서 만큼은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키는 살인 사건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죽인 사실이 세계에 알려졌다.

 

그녀는 운 좋게 법원에서 정신질환을 인정받아 감옥에 가진 않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마가타 연구소에 갇혀 계속 감시받아 왔다.

 

연구소 부소장이 말했듯이 마가타 연구소는 사실상 마가타 시키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모든 프로젝트는 그녀로부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확률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임신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아이를 자신의 방에서 낳기로 결정했다.

 

그건 자신이 그곳에서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죽이기 위해 낳은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기 위해,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낳았다. 치밀하게 본인의 죽음을 계획하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말했듯이 그녀의 아이는 천재가 아니었다. 평범했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평범한, 감정이 이성보다 발달한 인간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래선 계획이 틀어질 확률이 크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에게 세뇌를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숫자는 14까지 밖에 없다고, 14살이 되면 아이는 부모를 죽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은 그녀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에가 사이카와에게 마가타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녀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나서부터는 그마저도 틀어져 버린다.

 

모에는 마가타가 대리로 세운 미치루와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모에가 인터뷰 내용 도중 그녀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알아버리게 된다.

 

안에 있었던 일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결국 밖으로 나온 것은 마가타 박사였다.

그리고 진짜 만나게 된 마가타 박사에게는 '미치루'라는 인격이 생겨났다.

 

그녀는 과연 악마일까?

당신은 어떤 의미로 해석할 것인가?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여담

*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시대 배경이 바뀌고 살인당하는 인물에 변화가 있어 이야기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원작의 선로를 이탈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만약 영상

으로 즐기고 싶다면 애니메이션도 현명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