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시리즈 2번째인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1권인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에서 '소시민'이라는 목표를 대차게 실패하고 난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시민이 되기로 약속했지만 잔뜩 추리를 해버리고 사건을 해결한 고바토와 고장 난 자신의 자전거에 대한 복수를 이뤄낸 오사나이는 아직 소시민의 목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는 나날, 어느 날 오사나이의 디저트를 몰래 하나 먹은 죄(?)로 고바토는 오사나이의 '여름방학 디저트 계획'에 어울려 다니게 되는데....
굵직한 스토리에서 스포가 되지 않는 선으로 줄거리를 말하기 좀 힘든 작품이긴 하지만 소시민 시리즈는 큰 맥락의 스토리 보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사소한 수수께끼의 재미가 주가 되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전 작품의 한 챕터인 맛있는 핫초코 수수께끼도 그렇듯이 일상에 우연에서 시작되는 궁금증, 수수께끼와 접하게 된 고바토가 '소시민'이라는 목표도 잊어버린 체, 옆에 오사나이가 있더라도 정신없이 풀어나가는 모습이 이 작품만의 묘미인 것 같다.
봄철 한정을 읽었다면 안 읽고는 못 배기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스포방지선
------------------------------------------------------------------------------------------------------------------------------------------------------------------
봄철 한정이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였다면 이번 여름철 한정은 둘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부터 이미 복수의 계획을 면밀히 짜놓고 기다린 오사나이와 결국 그런 오사나이의 계획을 결국 모두 간파해 내는 고바토 두 명의 두뇌 싸움은 애내 고등학생 맞나? 싶을 정도로 치밀하다.
특히 오사나이는 1권에서 보여줬던 추적 능력 외 자신이 납치당할 것을 알고 고바토에게 위치를 알릴 궁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적을 나락으로 빠트릴 계획까지 짜는 게 ㄷㄷ... 고바토가 진상을 추리할 것까지 생각해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미끼까지 던져놓고 연기까지 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좀 소름 돋긴 했다. (애 분명 다른 소설이었으면 숨겨진 흑막으로 나왔을 거야....)
좀 재미있는 장면은 고바토가 오사나이에게 무고 죄를 범했다고 추궁하는 장면인데 처음엔 고바토에게 동의하면서 읽다가도 오사나이가 나에게도 그렇게까지 할만한 사정이 있었지만 하지만 고바토는 그런 건 궁금해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고바토와 오사나이 둘 다 조금 비뚤어져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지점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고바토는 오사나이가 꾸민 계획에 대한 진상에만 관심이 있었다. 오사나이를 믿지 않았고 필시 무언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 진상을 추리해냈다. 하지만 오사나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에 관해서는 그냥 오사나이가 복수하기 좋아하니까.라고 생각한다.
오사나이 또한 고바토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오사나이는 고바토에게 의지하는 대신 유괴 협박이라는 카드를 사용해 철저하게 복수하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면서 고바토를 그저 이용했다.
고바토와 오사나이 둘의 사이는 처음부터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바토는 오사나이를 신뢰하지 않고 오사나이 또한 그렇다.
둘은 학교에서부터 겉모습과 관계부터 시작해서 둘 사이의 신뢰마저도 같은 '소시민'을 지향한다는 거짓말로 얼버무린 체 외면해왔다.
그렇게 소설 끝에선 둘 사이의 관계를 끝난다.
여름철 한정은 다른 소시민 시리즈에 비해 유독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감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오사나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디저트를 가지고 장난친다던가. 오사나이가 납치되었을 때 고바토의 행동. 오사나이가 고바토에게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 등등.
여러모로 주인공들의 진 면모를 잘 드러내준 작품이기 때문에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도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와 벌 - 당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가 뭘까? (0) | 2021.12.06 |
---|---|
일상 추리소설 강추! 가을철 한정 구리톤 사건 (0) | 2021.10.28 |
일상 추리소설 소시민 시리즈의 시작! -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0) | 2021.10.28 |
호밀밭의 파수꾼 - 가출 모험담. (0) | 2021.10.28 |
보틀넥 -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진가 (0) | 2021.10.28 |